귀한 '똥' 이야기

변비를 이기는 힘, 식이섬유

문누가 2008. 1. 21. 21:47

 

변비를 이기는 힘, 식이섬유

 

  

변비의 경제학

변비는 전 인구의 약 5~20%에서 호소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종,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매우 흔하다. 그러나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서 변비를 호소하는 환자는 일차 의료기관이 7%, 삼차 의료기관이 4% 정도를 차지하는 데 불과하다.  변비의 높은 병률에 비추어 보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는 미미하다.  변비 증상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자가 치료나 잘못된 치료법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상 배변에 대한 기준은 매우 엄격해서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배변할 때 자신의 몸 속에서 모든 변이 완전히 배출되는, 이른바 쾌변의 느낌이 없으면 모두다 변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배변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변비 완화제를 상용하기도 한다.

전 세계 변비약 시장의 규모는 무려 1 9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변비약 시장의 규모는 1990년대 말 약 200억원 대에서 최근에는 413억원까지 급상승했다. 여기에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건강 식품이나 한방치료 등에 의한 비용을 포함하면 실제로 변비로 인한 비용은 국내에서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변비약 시장을 살펴보면 병원에서 처방된 것이 약 20% (80), 약국에서 팔린 것이 80% (330) 정도로 알려졌다. 변비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기 보다 자신의 임의대로 약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한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대중 매체에 넘쳐나는 변비약 광고들이 한 역할을 한다. 현재 시중에 광고되는 대부분의 변비약은 자극성 완화제들이다.  그러나 그 광고를 들여다 보면 매우 시원하고 부드럽다. 천사가 날아다니고, 멋진 몸매의 여성들이 시원한 웃음을 보내는 광고 효과에 의해 자극성 완화제들이 부드럽고 순한 변비약으로 인식되면서 이들의 매출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자극성 완화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드러운 변비약?

변비 증상을 가지고 있는 K씨가 약국을 찾았다. 최근 며칠째 배변을 못한 탓이다. 어떤 약을 살까 고민하다가 얼마전 텔레비전 광고에서 보았던 변비약을 선택했다. 약 포장지에 씌여진 부드럽고 효과 있는 변비약이라는 문구를 보니 이미 부드러운 배변을 한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대부분의 변비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약이 자극성 완화제이다. 주로 빠른 효과를 보기위해 선택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을 통해서 손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 매체를 통해 광고되는 자극성 완화제에 대한 부드러운이미지 역시 변비약 남용으로 이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극성 완화제의 종류에는 안트라퀴논 제제, 폴리페놀 제제, 계면 활성제 등이 있다. 그 중 안트라퀴논 제제는 널리 사용되는 동시에 가장 많이 남용되는 약제이기도 하다.  그 작용은 보통 6~12시간 이내에 시작되며 알로에, 카스카라, 센나 등이 있는데 식물에서 추출된다. 그 중 알로에는 가장 강한 약제로 복통을 유발하므로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알로에가 피부 미용 이외에도 여러 목적으로 그 효과가 다소 과장되게 홍보되고 있다. 폴리페놀 제제로 대표적인 약은 비사코딜이며 국내에서는 경구와 직장용으로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계면활성제로는 도큐세이트, 피마자 기름 등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완화제에 첨가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극성 완화제들은 단일 성분이 아니고 복합 성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생약, 한약 제제들 역시 단일 성분보다는 자극성 완화제의 성분을 대다수 포함하고 있다. 동규자차에 센나가 포함된 것이 그 예이다. 이들 역시 자극성 완화제의 과다 사용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부드럽고 효과 빠른변비약도 장기간 복용하거나 남용하게 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극성 완화제의 사용 설명서에 보면 자극성 완화제는 장기간 계속 사용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고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1주일 이상 계속 사용하면 안된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들 약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대장 점막의 갈색의 색조변화를 보이는 대장흑색증(melanosis coli)을 일으킨다(그림). 또한 권장 용량을 초과해서 장기간 복용할 경우 장 신경 또는 근육의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 이외에도 자극성 완화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수분과 전해질의 손실, 2차성 알도스테론증, 지방변, 완화제성 대장, 단백소실 위장염 등 심각한 합병증들을 유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단기간, 필요에 의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변비는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 경제적인 지출이 큰 질환이다. 따라서 변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약물 사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완화제의 대부분이 자극성 완화제이고 단일 성분이 아닌 복합 성분이므로 꼭 필요할 때만 단기간 사용하도록 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변비약에 의한 결코 부드럽지 않은부작용을 예방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림. 정상 대장 내시경 소견과() 자극성 완화제의 지속적인 투약에 의한 대장흑색증의 소견()

 

 

 

변비 탈출의 기본, 식이섬유

변비 해소를 위해서는 배변 습관의 교정, 바이오피드백 치료와 같은 행동요법, 약물 요법 혹은 수술적 치료 등 여러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변비 해소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충분한 수분과 식이섬유의 섭취이다.

식이섬유는 여러가지 유익한 작용을 가지고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수분과 결합, 빠른 속도로 젤을 형성하고 소장 통과시간을 빠르게하여 소장에서 당분과 같은 영양소의 흡수를 감소시킨다. 또한 소장 내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대장 내 섬유소의 증가는 박테리아의 개체수의 증가로 대장 내용물의 양이 많아진다. 그리고 식이섬유의 발효에 의해 형성된 수소이온은 대장내 산도를 낮추어 대장균,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 병원성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스펀지 효과를 갖는다. 이들은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해서 대변의 양을 늘리고 장통과 시간을 빠르게 하며 변을 부드럽게 한다. 또한 담즙산이나 발암물질을 흡착하여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장의 생리에도 매우 도움이 되는 작용들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1960년대 이후 점차 감소하다가 1987년을 기점으로 그 감소가 뚜렷해졌다. 경제발전과 함께 식이섬유가 거의 없는 인스턴트식품이 범람하고, 정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제곡류로 만든 음식의 섭취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육류 섭취량이 증가하는 등 서구식 식생활로 변화된 까닭이다. 1990년 조사된 한국인의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이 17.3g이다. 최근 도시지역 일부 대학생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15.2g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루 섭취해야 할 식이섬유 권장량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미국이나 호주의 기준을 적용하면 하루 25~30g이다. 이 기준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권장량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식이섬유와 완화제를 사용한 여러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식이섬유는 주당 평균 1.4회의 배변횟수를 증가시켰으며 식이섬유대신 완화제를 사용한 경우 주당 평균 1.5회가 증가한 것과 대등한 결과를 보였다. 증상의 호전 측면에서 볼 때 식이섬유는 복통을 감소시키며 대변의 경도를 호전시켰다. 따라서 모든 변비환자에서 충분한 식이섬유의 섭취는 가장 단순하며 비용이 저렴한 치료방법 일뿐만 아니라 대장의 생리에도 매우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변비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변비 증상의 해소를 위한 식이섬유의 초기 섭취량은 하루 30g 이상을 매일 섭취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과 씨리얼, 야채, 과일 등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 갑작스러운 식이섬유 섭취량의 증가는 위장관의 불편감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이섬유의 섭취량을 점차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이 좋다. 만약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가장 잘 적응하는 식품을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다양한 식이 섬유를 섭취해 보도록 한다. 최근에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이섬유 보충제들이 개발되어 있다. 질 좋은 식이섬유를 골라 만든 좋은 제품을 선택하면 중한 부작용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시간에 �기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식이섬유 섭취를 증가시킬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