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이야기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될까?

문누가 2010. 2. 6. 12:52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될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명확한 발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재발과 호전이 반복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발병의 요인들을 살펴보면 흡연이나 식이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 요인 그리고 세균감염 등이 그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유전학적으로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발인자에 노출이 되면 장점막에 염증 및 면역반응이 발생하게 되고, 이런 반응들이 없어지지 않고 비 정상적으로 지속되면서 만성적인 장염을 일으켜 조직손상을 일으키는 상태로 이해 해 볼 수 있습니다.

 

외래에서 환자나 보호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염증성 장질환이 대부분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일생 동안 지속되므로 질병의 증상이나 치료에 대한 것과 함께 유전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아직 명확한 발병의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학적으로 염증성 장질환을 일으킬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이 유전되는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계실 것입니다.

 

염증성 장질환이 유전적 소인을 가진 경우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있습니다.  인종에 따른 발병 정도를 보면 흑인이나 동양인 보다는 백인에게서 더 자주 발생하고, 특히 유태인들에게서 많이 발병합니다.  서양의 연구에 의하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약 15~30%에서 가족 중에 또 다른 환자가 있었으며, 직계 가족 중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서 4~2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최근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서 여러가지 발병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 이상이 확인 되었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라도 모두에게서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게 됩니다.  부모가 모두 염증성 장질환 환자인 경우 자녀의 35%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실제 환자의 자녀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한 병률 0.4~0.7%정도로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송도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의 여러 병원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염증성 장질환의 가족내 발생률을 보고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직계 가족에서의 궤양성 대장염 발생의 상대적 위험도는 15.5, 크론병은 22.2배로 높았지만, 실제 가족 중에서 환자가 발생한 확률은 궤양성 대장염은 2%, 크론병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따라서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질환 이라기 보다는 가족성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둔 부모들 중에서는 이 질환이 본인들에게서 나쁜 유전 정보를 물려 받아서 생기지 않았나 하여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환자들 중에서는 염증성 장질환이 유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의도적으로 피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인 질환이 아닙니다. 비록 가족성이 있기는 하지만 유전병이 아니므로 자녀가 염증성 장질환을 갖게 되었다고 하여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하여 임신을 기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이 젊은 나이에 발생하여 지속되므로 생활하다 보면 가끔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상적이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의 유전과 관련한 여러가지 염려들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고,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