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이야기

좋은 약, 바로 알고 먹기 (3)

문누가 2010. 2. 6. 13:07

좋은 약, 바로 알고 먹기 (3)

     

면역조절제

 

 

 

최근 국내에도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경험도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사용을 꺼려왔던 면역조절제와 같은 약들이 자주 처방되고 있습니다. 이번 호 에서는 여러분들 중 상당 수의 환자들이 복용했거나 복용하고 계신 면역조절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면역조절제의 대표, 6-MP와 아자치오프린

 

6-MP(푸리네톤)과 아자치오프린(이무테라, 이뮤란)은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면역조절제 입니다. 아자치오프린은 간에서 6-MP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약은 서로 사촌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 용량은 차이가 있으나 서로 교환해서 사용 할 수 있는 약입니다.

 

이 약제들은 본래 어린이들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6-MP나 아자치오프린이 여전히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면역 계통의 문제들의 치료제로 이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 약의 기본적인 작용은 우리 몸의 장기를 공격하거나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질병과 연관된 세포들을 억제하는 면역 조절 역할입니다.  그래서 6-MP와 아자치오프린은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그리고 염증성 장질환 등에 사용됩니다. 이 약제는 장기 이식 받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면역조절제의 효능

 

이 약제는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환자들 중에서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있으나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 악화되는 스테로이드 의존형 환자나 충분한 양의 스테로이드를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했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스테로이드 불응성 환자에게 사용합니다. 

 

그 동안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활동기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증상없이 잘 지내도록 관해를 유지하는데에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치루나 누공을 동반한 크론병 환자들의 치료에도 도움을 주며, 최근의 연구를 통해 크론병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수술 후 수술부위에서 재발을 예방하거나 연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한 활동성 증상을 가지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에 사용되는 생물학제제인 레미케이드에 의한 알러지 반응을 줄일 목적으로 레미케이드와 같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면역조절제의 부작용

 

많은 사람들이 이 약제 때문에 면역체계가 억제되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계시지만 실제 복용중인 환자들 중의 대부분은 잘 적응하면서 투약하고 있습니다. 면역조절제는 1950년대에 개발되어 사용되었으므로 그 동안 장.단기적인 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연구되었고 면역조절제에 대한 이러한 사용 경험은 매우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연구나 경험에 의해 6-MP나 아자치오프린의 안정성이 입증되었고, 환자들이 약물 복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골수억제를 들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약 2%정도의 환자에서 백혈구 감소, 빈혈,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골수억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 아직 정확한 보고는 없지만 서양에 비해 골수억제의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최대 30%까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면역조절제를 투여할 때에는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해서 관찰하게 되는데 보통 첫 한 달은 1-2주 간격으로 이후 6개월간은 매월, 그 이후에는 약 2-3개월 간격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또한 간기능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역시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골수억제와 간기능 수치 상승은 용량을 감량하거나 약을 중단하면 다시 정상화 됩니다.

 

6-MP나 아자치오프린의 부작용 중에서 비교적 적은 수의 환자들에게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으며 약 2-3% 의 환자들에서만 췌장염이 발생하여 약제를 더 이상 사용 할 수 없었습니다. 췌장염이 발생하게 되면 상복부 통증과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췌장염은 혈액검사를 통해 아밀라제와 리파제등의 수치 상승과 CT 촬영으로 췌장의 염증변화등을 확인하여 진단 할 수 있습니다. 감염증에 대한 부작용은 드물며 바이러스 감염이 있는 경우 (예를 들면 대상포진과 같은)에도 잠시 중단하면 됩니다. 그러나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된 경우에는 감염증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부작용으로 일부에서 사용 후 구역과 구토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이런 증세는 약을 중단하면 사라지며 이런 경우 약을 변경하여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발열이 나타나거나 근육통과 관절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장기간 이 약제를 복용한 경우 림프종이 발생한 환자들이 보고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몇 몇의 대단위 연구에서는 면역조절제를 복용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서 암의 발생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임신과 수유 중 약물 사용

 

면역조절제 중에서 6-MP와 아자치오프린은 임신 중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체에 대한 연구에서 이 약제를 복용하지 않은 다른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과 비교하여 기형아의 발생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모유 수유 시에 대해서는 현재도 연구 중입니다. 모유 수유 중 이런 약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득실을 따져서 결정해야 합니다.

 

 

면역조절제 용량의 결정

 

6-MP나 아자치오프린을 더욱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약의 용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대게 체중에 따라서 사용 용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 사람들에 비해서 골수 억제등의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서 보통 소량으로 약제를 시작하여 혈액검사 결과를 보면서 점차적으로 약 용량을 늘려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면역조절제를 대사하는 TPMT라는 효소가 활성도가 낮아서 아주 소량에도 심한 골수억제와 함께 면역억제가 나타나 심한 탈모와 백혈구 감소증, 이에 의한 폐렴과 같은 2차 감염을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면역조절제 사용 전에 TPMT효소 수치를 검사하고 있지는 않으며 따라서 약물 복용 초기에는 조그만 변화라도 담당 의사에게 알려야 하며 잦은 혈액검사로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유효한 약효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최소 3-6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므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면역조절제로 관해 상태가 잘 유지되는 분들의 경우 언제까지 면역조절제를 복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3년 복용보다는 5년간 복용한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최소한 5년 이상이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하나의 면역 조절제, MTX

 

6-MP나 아자치오프린에 부작용이 있어서 사용 할 수 없는 경우에는 MTX라는 면역조절제를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약제는 매 주 1회 피하 혹은 근육 주사를 맞게 되는 불편함이 있으나 활동성 혹은 재발형 크론병 환자에게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간독성이 있고 특히 간의 섬유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는 간 섬유화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비만, 음주, 간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분들은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6-MP나 아자치오프린과 달리 유산이나 기형아의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가임기 여성에서는 반드시 피임을 해야하며 남자에서도 정자에 독성을 유발 할 수 있으므로 임신을 준비하는 경우 3개월 이상 투약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약제 역시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부작용 발생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역조절제는 활동성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약제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다양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 후에 투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정기적인 병원 방문과 혈액검사를 하는데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담당 의사와 상의 하에 적절한 용량을 적절한 기간 동안 사용하면 면역조절제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