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이야기

염증성 장질환 관련 의학기사 바로 읽기…

문누가 2008. 1. 21. 22:04

염증성 장질환 관련 의학기사 바로 읽기

 

 

 

지난 11 20일 조선일보에 재미있는 기사기 실렸습니다. 의료용 생물체를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생물요법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돼지편충을 이용하여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돼지 편충 알을 투여 받은 환자의 대장염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기사를 읽으셨다면 아마도 귀가 솔깃해졌을 것 입니다. 그래서 이번 소식지에서 이 기사를 한 번 제대로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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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편충

약물로 잘 낫지 않는 대장염 치료를 위해 돼지의 편충(기생충의 일종)을 이용한 치료법 연구는 미국과 독일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용 편충 알이 곧 수입될 예정이다.

미국 아이오와대 의대 데이비드 엘리어트 교수팀은 난치성 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 5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에는 돼지의 편충 알을 2주 간격으로 12주간 대장에 투여하고, 다른 그룹에는 가짜 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편충 알을 투여 받은 환자의 대장염이 씻은 듯이 나았다. 엘리어트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2005년 미국 소화기학회에 발표하여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장염이나 ‘크론씨병’(소장과 대장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생겨 구멍이 뚫리는 희귀질환)은 몸 속 기생충이 박멸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의 장 속에는 어느 정도의 편충이 살고 있어서 대장염 등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도록 돕고 있는데,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덩달아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오버메드’라는 독일계 회사에서 돼지 편충 알을 의약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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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을 치료에 이용한다고?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채변 봉투를 학교에 가져 가셨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반에서 몇 몇은 선생님께서 나눠 주셨던 구충제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요즘은 기생충에 감염된 환자를 찾아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제 아이들도 학교에서 더 이상 채변 봉투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없애려고 애썼던 기생충을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에 사용한다고 하니 참 흥미롭습니다.

   기생충을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에 이용 하겠다는 생각은 서양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급증한 시기가 사람의 회충과 편충이 급격히 사라진 시기와 일치하고, 기생충 감염이 흔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서는 매우 희귀한 병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이것을 위생 가설 (Hygiene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어렸을 때 다양한 장내 병원균에 노출된 사람은 나중에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에 대항력이 생기는데 반해 좀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 크론병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Th1 Th2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우리 몸에서 Th2의 반응을 증가 시킵니다. Th1 Th2사이의 균형이 깨지면서 Th1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을 크론병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Th2의 작용을 강화 시킬 수 있는 기생충을 그 치료에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신문기사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돼지 편충알을 이용하여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기사에서 밝힌 것과 같이 아이오와 대학의 연구진 외에도 여러 연구 논문에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기사의 내용 중에서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과장된 표현에 현혹되지 않기

먼저 그 결과 편충 알을 투여 받은 환자의 대장염이 씻은 듯이 나았다.” 라는 부분입니다.  과연 씻은듯이 다 나았을까요? 모든 돼지 편충알을 이용한 논문들은 증세가 호전된 예와 관해를 보인 예를 통계수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관해 상태라고 하는 것은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 완치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여러 논문들에서 밝히고 있는 관해상태를 씻은 듯이 나았다라고 기사를 작성하여 독자로 하여금 돼지 편충알이 염증성 장질환을 완치 시키는 비방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돼지 편충알을 계속 투여해야 관해를 유지하는지 아니면 기사에 나온 대로 12주만 투여하면 끝나는 것인지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 논문들에서는 약 24개월 까지 투여 한 결과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돼지 편충알을 중단했을 경우에도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지에 대한 자료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 기사에서는 마치 12주만 투여하면 염증성 장질환이 씻은듯이 나아서 완치가 되는 양 과장된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둘째, 치료 방법의 안전성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기

이 기사를 보면 국내에서도 곧 의료용 편충알이 수입될 예정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읽고 넘길 수 있는 한 문장이지만 이 한 문장에도 독자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 동안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돼지 편충알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돼지 편충알을 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성 여부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돼지 편충알을 무균적으로 채취하여 돼지 편충알을 통해 전염시킬 수 있는 다른 질병 (에이즈 바이러스나 간염 바이러스, 혹은 다른 기생충 감염 등)이 없어야 하고, 인체 내에서 감염을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아직 그 안전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치료제로 사용하기에 안전한지 여부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미국 FDA나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로 정식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곧 의료용 편충알이 수입될 예정이라고 적고 있어서 기사를 보면 마치 이미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한 치료제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이미 그 안전성이 인정되어 국내에서도 조만간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한 것처럼 독자를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돼지 편충알을 이용한 방법은 매우 흥미롭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치료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염증성 장질환의 완치 방법은 아니며 모든 환자가 관해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방법도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안정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조만간 국내에 돼지 편충알이 의료용으로 수입되어 온다 하더라도 아직은 실험용으로 사용해 볼 수 있을 뿐 치료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돼지 편충알을 이용한 치료법에 대한 임상 실험에 참여하실 목적이 아니라면, 좀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될 때까지 관심을 갖고 기다려 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그림 1. 돼지 편충알               그림 2. 돼지 편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