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이야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문누가 2008. 1. 21. 22:09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05년도 노벨상 위원회는 호주의 배리 마셜과 로빈 워런 박사팀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하 헬리코박터균)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과 연관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낸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현재까지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위암, 그리고 림프종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생각되고 있다. 위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관심이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벨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박사가 국내 유제품 광고에도 등장하면서 헬리코박터균은 배리 마셜 박사와 함께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식은 여러 가지 오해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자.

 

첫번째 오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소화불량이 없어진다?

헬리코박터균은 국내에서 발견되는 만성 위염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54.3 - 75.8%로 매우 높다. 감염률이 2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40대에서 최고 79.8%에 도달하였다가 그 이후에는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정도로 높은 감염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에서는 증상이 없으며 극히 일부에서만 임상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만성위염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소화기계통의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헬리코박터균의 존재 유무가 위염의 심한 정도나 소화불량, 속쓰림, 식후 불쾌감 등의 증상과 관련성이 거의 없고,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다고 해서 반드시 위염의 증세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두번째 오해, 헬리코박터균이 직접적으로 위암을 일으킨다?

헬리코박터균이 많은 나라에서 위암의 발생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위암은 부동의 암 발생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위암 환자에서 헬리코박터균이 흔히 관찰되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역학조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1994년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암유발인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헬리코박터균이 실제로 위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발생의 위험 인자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되지 않는다.

 

세번째 오해, 헬리코박터균을 혈액검사만으로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는 방법은 크게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검사와 내시경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검사로 나눌 수 있다. 혈액검사는 내시경이 필요하지 않은 검사에 속하며 값이 싸고 쉽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치료된 경우에도 장기간 동안 양성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혈액검사만으로 헬리코박터균 양성으로 판정하고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 방법이 사용되는데 내시경을 시행해야 하므로 불편함이 따르기는 하지만 내시경을 하면서 동시에 조직샘플을 채취해 특수염색을 통해 관찰하거나 요소분해효소의 유무를 색조의 변화로 판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고도 요소호기검사를 통해 편하고 정확하게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할 수 있다. 방사선동위 원소를 이용하여 헬리코박터균의 존재 유무를 진단하는데 헬리코박터균이 존재할 경우 내뱉은 공기에서 방사선동위 원소가 발견된다.

 

네번째 오해, 헬리코박터균은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 위염의 중요한 원인이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점차 위벽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이 발생한다. 위축성 위염은 위암의 전구 병변이다. 그래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반드시 치료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다고 해서 소화기 증상이 호전된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고, 위암 발생이 감소한다는 보고도 없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려면 강력한 항생제를 여러 종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약제 부작용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상 위염이 있을 때 헬리코박터균 감염여부를 검사할 필요도 없고,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더라도 위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의견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에서 위암 예방을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헬리코박터균 치료 역시 권장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을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치료대상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환자이다. 이들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함으로써 1년 이내 재발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위암을 내시경적 시술로 치료한 경우나 말트(MALT) 림프종의 경우에도 치료의 대상이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위암을 예방할 목적으로 이 균을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간혹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치료하기도 한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의 치료를 원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섯번째 오해, 헬리코박터균은 유산균 음료만 마셔도 치료된다?

일반적으로 유산균은 많은 장내세균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에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라는 유산균이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한다는 연구가 보고된 이후 몇몇 유산균들이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구의 경우에서도 락토바실루스 함유 발효유를 복용한 후에 헬리코박터균의 조밀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만성 염증의 정도나 위염의 활성도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균이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거나 위염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는 없다. 그러나 임상 시험에서 헬리코박터균의 제균요법시에 유산균을 첨가했을 때 제균율을 상승시키고 항생제 부작용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어 앞으로 유산균이 보조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될 가능성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반 이상이 감염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의 약 70%이상이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흔하다. 헬리코박터균이 만성위염,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위암, 림프종의 중요한 원인인자로 알려지면서 예방목적의 검사나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은 반드시 치료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속쓰림, 소화불량, 식욕부진, 체중감소, 빈혈, 그리고 대변 색깔이 자장같이 검게 변하는 등의 증상을 가진 분들이라면 반드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고,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혹은 궤양의 흔적이 있는 경우, 그리고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림1. 헬리코박터균의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출처: http://www.fondef.cl/fondef/informativo/Helicobacter%20pylori.jpg>

 

 

 

그림2. 위조직샘플을 특수염색을 통해 관찰한 헬리코박터균

화살표가 가리키는 작은 점들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다.

<사진출처: http://www.humpath.com/IMG/ jpg/helicobacter_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