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똥' 이야기

장이 편해야 오래 산다

문누가 2008. 1. 21. 21:28

장이 편해야 오래 산다

 

 

1.5m의 행복, 대장

 대장은 약 1.5m의 길이를 갖는 원통형 구조의 장기이다. 소장이 약 6~7m의 길이를 가지니 그에 비하면 아주 짧은 편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들은 위와 소장을 거쳐 여러 가지 소화액에 의해 분해되고 소장에서 모든 영양분이 흡수된다. 그리고 남은 찌꺼기와 수분이 대장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대장이 하는 역할은 비교적 단순하다.  대장으로 들어온 액체상태의 지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해서 고형성분의 변을 만들어 내보낸다. 보통 하루에 약 1500ml가량의 액체상태의 찌꺼기가 대장 안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고 이중에서 약 150ml정도 만이 변으로 배출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장은 많은 증상들을 일으키며, 다수의 사람들이 대장에 의한 증상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대장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실제적으로 뇌에 공포나 불안과 같은 스트레스 자극이 주어지면 대장은 이런 자극에 대해 드라마틱한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대장은 중추신경계뿐 아니라 제2의 뇌라고도 불리는 장()신경계의 영향을 함께 받는 복잡한 신경 계통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위장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부교감 신경 절제술을 함께 시행한 사람의 경우 비록 중추신경계인 부교감 신경이 절제 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체적인 장()신경계를 통해 장의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졌다. 따라서 대장은 중추신경계에 의한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장()신경계 자체적인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장기에서 보이지 않는 특징이다.

 

   또한 대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세균들이 존재한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균도 있고 유해한 균도 있다. 이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내 세균들은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혹은 단백질을 합성하기도 하고 감염 방어 등의 유익한 작용을 하는 동시에 암모니아, 페놀, 독소 등을 생산하여 건강을 해치게 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미세한 균형이 깨지게 되면 유해균에 의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생제를 복용한 이후에 유익한 균이 없어지면서 유해균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장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장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단순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장은 매우 세밀한 균형 속에서 움직이는 정교한 장기이다. 그런 대장에 문제가 생기면 아주 불편한 생활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과민성 장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만성 질환인 당뇨 환자와 같은 수준일 정도로 그 정도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1.5m 대장은 우리 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대장암, 증가율 1· 암 사망률 증가 2

2003 2월에 발간된 한국중앙암등록 사업 연례보고서(2001 1~2001 12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악성 종양은 부위별로 위암(20.3%), 폐암(11.9 %), 간암(11.8%), 대장암(10.5%), 유방암(7.1%), 자궁경부암(4.4%)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4~5년 사이 대장암의 증가가 두드러진 점이 주목된다.  우리나라 4대 암이라고 할 수 있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의 발생 증가율을 살펴보면 1995년에 비해 2001년의 경우 대장암 증가율은 155%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림 1.) 연간 등록건수도 1980년대 초 1천 여건에 불과하였던 것이 2001년에는 9,817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그림 2.) 이런 추세라면 약 2020년경에는 대장암의 발병률이 위암과 폐암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이 2005년에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암이 사망원인으로 21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암에 의한 사망률 변화를 보면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6.6명이 증가하여 암 사망률 증가 2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이유를 서구화된 생활 패턴의 변화로 설명한다.  육류 섭취량이 증가하고 비만 인구가 증가된 것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장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림 1. 주요부위 암의 표준화 발생비

 

 

     그림 2. 연도별 대장암 등록건수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장에 차이가 있을까?

동양과 서양은 예로부터 많은 문화적 차이를 지니고 살아 왔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고 궁금해 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동서양의 차이가 대장에서도 나타날까? 물론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장의 차이를 자세히 연구해서 보고한 결과는 없다. 그러나 몇 몇 보고에 따르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장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서양인의 장은 동양인의 장에 비해 약 30%정도 가 짧다고 알려져있다. 이러한 차이가 가지는 의미는 육식 동물과 채식 동물의 장 길이의 차이를 이해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채식 동물의 전체 장의 길이는 십여 미터에 이르지만 육식 동물의 장의 길이는 수 미터에 불과해 매우 짧다. 따라서 육류를 소화시켜 최대한 빨리 배설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육류는 소화가 되면서 암모니아, 페놀, 인돌과 같은 유해 물질을 생성한다. 이런 유해 물질이 장에 오래 머물면 장점막을 손상시켜 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육식동물은 이런 유해 물질들이 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빨리 배설 될 수 있도록 적절한 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육식을 위주로 해온 서양인의 장이 동양인에 비해 짧은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사람의 장의 길이는 육식 동물에 비하면 매우 길다. 이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이 초식 동물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의 장은 육식보다는 섬유질이 많은 채식이 더 좋다는 뜻이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에서 대장암의 발생률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장 길이가 동양인에 비해 짧기는 하지만 서양인들에게도 육식위주의 식습관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산업화와 서구화에 따른 생활 패턴의 변화는 동서양의 차이를 없애고 있다. 또한 도정과 정제술의 발달은 곡식의 바깥쪽에 풍부한 섬유질들을 제거해 버리기 시작했고 우리가 현재 섭취하는 섬유질의 양은 매우 감소된 상태이다. 대장암의 환경적 요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식생활 습관이다. 동물성 지방 및 포화지방의 과다한 섭취가 대장암 발생 빈도를 높이는 반면 야채류, 과일류 및 섬유질의 섭취는 대장암의 발생빈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 먹었던 곡식들의 넘쳐 나는 섬유질에 담겨있는 건강의 지혜가 새삼스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