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똥' 이야기

암을 예방하는 힘, 식이섬유

문누가 2008. 1. 21. 21:53

암을 예방하는 힘, 식이섬유

 

 

 

선진국형 암이 늘고 있다

얼마 전 가수 은정씨와 만화 삼국지로 유명한 고우영 화백이 직장암과 대장암으로 타계했다. 굳이 이런 유명인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장암은 국내 암 증가율 1위답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대장암은 이제 결코 남의 얘기 만은 아닌 것이다. 여성암 중에서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유방암이다. 2002년부터 국내 여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방암은 최근 10년간 2.5배 이상 증가했고 사망률도 3배 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 2549세 여성들의 유방암 사망률은 36.1%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대표적인 선진국형 암인 대장암과 유방암이 많아진 이유로는 식생활의 변화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의 생활 역시 급격히 서구화 되었다. 우리의 입맛도 서구화 되면서 점차 쌀 소비량은 줄어들었고, 그대신 육류, 유제품류, 과일류, 설탕류의 등의 소비가 늘었다. 이런 식생활의 변화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했고, 이런 상태가 질병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대장암이 증가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다 보면 대장 내에 담즙산과 같은 발암물질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식이섬유가 부족해지면서 대변이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자연히 발암물질을 포함한 변이 장시간 저류 되면서 대장 점막과 발암물질이 오랫동안 접촉하게 되어 장 점막 세포가 손상을 입고 변화하게 된다. 이 같은 손상과 변화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대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생각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람과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도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현대인의 생활환경 자체가 대장암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방암이 급속히 증가되는 원인도 식생활을 포함한 생활 습관의 서구화 때문으로 추정된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는 13세 이전의 빠른 초경과 55세 이후의 늦은 폐경이다. 요즘 여성들의 서구화된 식생활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폐경 연령은 늦어졌다. 최근 일을 위해 늦게 결혼을 하거나 첫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지고, 출산 후에도 수유를 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도 유방암 증가의 한 원인이다. 또한 복잡한 현대인의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여성인구가 증가한것과, 고지방, 고단백 식이로 폐경 후 비만인 여성이 증가하는 등의 생활 환경 변화도 유방암이 늘어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식이섬유’

서양의 대장암 발생률이 높은데 비해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발생률이 낮다. 육류 섭취량이 많고 섬유질의 섭취량이 적은 서양인들의 식습관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2,3세대 사람들의 대장암 발생률은 백인 미국인과 비슷하다. 이들의 식습관이 서구화 됨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대장암의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생활이 중요한 요인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식이섬유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대장암의 발생률이 감소된다고 보고하였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로 하루 39g을 섭취하였을 때 미국인의 대장암의 위험성이 31%나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육류를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단백질을 분해하여 암모니아가 만들어진다. 암모니아는 대장 세포에 직접 해를 줄 수 있다. 우리가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담즙산이 분비된다. 담즙산은 대장에서 장내 세균에 의해 ‘디옥시콜린산’ 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해로운 담즙산으로 바뀐다. 식이섬유가 가지고 있는 항암 작용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런 독성물질과 발암물질과 결합하여 장으로 배설을 촉진하는 것이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보습작용에 의해 대변량이 증가한다. 섬유질은 해로운 담즙산을 중화시키는 등 발암물질의 농도를 희석시키며, 음식물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빠르게 해서 장내 발암물질이 장벽에 접촉하는 시간을 감소시킨다. 또한 식이섬유는 암모니아의 질소를 이용하여 장내 세균의 성장을 촉진한다. 장내 세균에 의한 암모니아의 분해는 그만큼 암 촉진 작용을 감소시킨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식생활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변의 대장 내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는 육류, 계란, 유제품 등의 섭취를 줄이고, 섬유소가 많은 곡류와 과일과 채소 등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현미, 밀기울, 시금치,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 등이 대표적인 식품들이다. 이런 야채와 과일류에는 섬유질뿐 아니라 항산화물질도 풍부한데 항암 작용과 함께 세포의 노화 방지에도 이로운 작용을 한다. 그렇다면 고기 대신 야채를 많이 먹고, 매일 운동하면 대장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을까?

고기도 잘 안 먹고, , 담배도 안 하는 사람도 대장암이 발생할 수 있다. 식 습관과 운동 외에도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모든 발암 인자들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충분한 식이섬유의 섭취와 함께 증상이 있으면 조기에 검진을 받아야 한다. 배변 시 출혈이 있거나 변비 증세가 생기면 단순히 치질이나 변비라고만 생각하여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그림. 조기 대장암과(), 진행성 대장암()의 사진

 

식이섬유유방암 예방에 효과

국내 유방암의 급속한 증가에는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 패턴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고지방, 고단백 식이에 의한 비만과 호르몬 분비 양상의 변화, 그리고 서구화된 생활 문화가 선진국형 여성암인 유방암의 증가로 나타났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 유방암과 식이섬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유방암 사망률은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에게서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서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유방암은 에스트로젠의 농도와의 상관성이 중요하다. 이런 연구들에서 관찰한 결과 혈장의 에스트로젠 농도는 대변으로 분비되는 에스트로젠 농도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비수용성 섬유질은 장에서 에스트로젠을 고정시켜 재흡수를 막아주며 대변으로의 분비를 높인다. 이로 인해 혈액 속의 에스트로젠 농도가 낮아지게 되고 고섬유질 식이를 한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약 54%까지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었다. 물론 모든 진행된 연구들이 식이섬유 섭취량이 증가함에 따라 유방암 발생률은 낮춘다고 보고한 것은 아니지만 식이섬유 함유식품들이 유방암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암에도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상당수 발표되어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과 유방암을 이제 결코 남의 얘기라고 넘겨 버릴 수 만은 없게 되었다. 우리의 식생활 습관이 계속해서 서구화된 양상으로 변화한다면 앞으로 그 수는 더 증가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암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대장암과 유방암을 예방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생활 습관의 변화이다. 육류와 기름진 음식들 대신 신선한 야채와 곡식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우리 식탁에 올려야 한다. 또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한 방법일 것이다.